“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성경 구절처럼 한국 개신교 일부의 ‘동성애 반대’의 끝은 모르겠으나, 미약한 시작에 견줘 오늘이 창대한 것은 확실하다. 2007~2008년 차별금지법 반대를 시작으로 본격 조직되기 시작한 동성애 반대는 개신교 ‘일부’의 행동에 가까웠다. ‘며느리가 남자라니 웬 말이냐’ 등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는 말을 남긴 동성애반대운동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시작했다. 당시는 개신교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이 주류가 차마 하지 못하는 차별적 주장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퀴어문화축제 결정적 장면
미국에서 1970~90년대 가족의 가치를 내세운 기독교 보수주의 운동을 직수입한 이들의 논리는 차별금지법, 학생인권조례, 서울시민인권헌장 등의 논란을 거치며 개신교 주류 교단의 논리로 확산됐다. 지금 당신의 주변 사람이 다니는 교회의 주보를 펼치면 ‘동성애의 확산과 이슬람 침투를 막게 해달라’는 ‘나라를 위한 기도’를 찾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감리교는 미국에서 ‘리버럴한’ 교단으로 꼽히지만, 지난 1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장정(감리교 교회법)에 동성애 관련 징계조항을 명시했다. 목회자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면 정직, 면직은 물론 교회 출석을 금지하는 출교까지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신도 수를 가진 장로교는 이런 조항을 명문화할 필요도 없다. 비교적 진보적인 감리교 안에는 그래도 동성애에 대한 온정적 목회자들이 있어서 이들의 활동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 명문화가 필요하지만, 장로교는 이런 이견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시청 광장은 참가자들과 반대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주일 예배를 마치고 ‘동성애 반대’ 손팻말을 들고나온 순복음교회 신자들이었다. 대형 교회의 상징인 순복음교회가 ‘마침내’ 교회 이름이 들어간 동성애 반대 손팻말까지 제작해 옥외 집회에 나선 것이다.
성소수자 혐오에 대응하는 인권활동가 모임인 ‘트랜스-크라이스트’(Trans-Christ)가 지난 3월5일 주최한 토론회 ‘더 더러운 커넥션’에서 한 교계 인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개신교 내에서 성소수자 반대 세력은 원래 굉장히 주변부 그룹이었는데, 지난해 퀴어페스티벌 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가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명실상부한 교단의 주류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거리엔 기독당의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동성애 합법화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할랄식품공장 설립 반대/ 이슬람 IS 테러 반대’. 곳곳에 나붙은 빨간 현수막은 기독당의 존재 이유를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한편에선 낙선운동도 한창이다.
“khTV라는 곳에서 동영상을 만들어서 ‘동성애 조장하는 낙선 대상 1번 김광진’으로 영상을 퍼뜨립니다. 제가 출마하는 지역민과 교인들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단톡방을 만들어서 계속 전달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게 악의적 편집이다, 뜻이 와전된 것이다 설명하고 해명하라고 합니다.”
전남 순천에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광진 의원이 지난해 12월20일 ‘오직 순천! 국회의원 김광진 블로그’에 올린 ‘증오의 힘보다 사랑의 힘이 더 크다는 걸 믿습니다’ 라는 글의 일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포된 영상에 대한 반박이다. 동성애 반대 사이트 khTV가 지난해 12월12일 게시한 동영상 ‘내년 총선(지역구) 출마 동성애 옹호·조장 정치인 ①-김광진 편’의 내용은 이렇다.
더민주 비례의원들 겨냥한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