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9월 셋째 주는 장로교단의 총회 시즌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고신·합신,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주요 교단은 다양한 안건을 논의했다. 동성애자 추방과 요가·마술 금지부터 목회자 성폭력 예방 교육, 설교 표절 근절 대책 수립까지 눈길을 끄는 여러 결의가 나왔다.
<뉴스앤조이> 보도를 접한 독자들은 총회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뉴스앤조이>는 9월 22~26일, 2017년 장로교단 총회 '최고'의 결의와 '최악'의 결의를 묻는 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그 응답을 살펴봤다.
독자들은 올해 '최악의 결의'로 동성애 관련 결의(46.9%)를 꼽았다. 예장통합은 동성애자 및 동성애 지지자들의 목사·장로·권사·집사 등 직분 임직을 제한한 데 이어, 신학교 입학·임용도 금지시켰다. 예장합동은 헌법 '목사의 직무'에 동성혼 주례를 거부하고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고, 역시 동성애자와 동성애 옹호자의 신학교 입학 및 임용을 금했다. 예장합동·합신·고신은 <퀴어 성서 주석> 발간을 주도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했다.
동성애 관련 결의가 '최악'이라고 응답한 독자들은 "자유한국당 윤리 강령보다 못한 수준이다", "교회가 사람을 밀어냈다", "동성애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개신교의 기본은 사랑이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기는커녕 등 돌리는 모습은 다소 불결하게 느껴진다", "'동성애자는 사랑하지만 동성애는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이번 총회에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응답자의 11.2%는 요가와 마술을 금지한 예장통합의 결의를 최악으로 봤다.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를 국회에 건의하자는 예장합동 결의와 "하나님께 허락받지 않은 재혼은 간음"이라는 예장합동 신학부의 연구 보고가 뒤를 이었다.
독자들은 "요가나 마술을 직업으로 하는 교인들은 이단이냐", "요가로 건강을 관리하는 그리스도인을 순식간에 배교자로 낙인찍었다. 이에 대한 해명에는 더더욱 신학적 무지를 드러냈다", "과세 유예 주장은 하나님보다 돈을 좋아하는 목사들의 욕심인 것 같다", "납세 의무는 대한민국 사람이면 좀 지키자", "교회마다 이혼자·재혼자 리스트 만들어야 할 판", "정말 이혼율 세계 1위의 나라에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이슈"라는 촌평을 남겼다.
최악의 결의가 너무 많아 어느 하나만 고르지 못하겠다는 독자들이 12.2%로, 전체 2위에 올랐다.
'최고의 결의'로 예장통합의 여성 총대 의무 할당제(24.2%)가 선정됐다. 내년부터 예장통합 67개 노회는 최소 1명씩 여성 총대를 파송해야 한다. 올해 1,500명 중 여성 총대가 17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여성 총대가 최소 4배 이상 늘어난다.
독자들은 "그나마 여성들의 참여가 조금씩 늘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렇게라도 시작해야 한다", "갈 길이 멀지만 유교 사상과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여성 참여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음으로 "교인이 500명 이상 되면 교회를 분립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예장고신 결의(23.6%)가 선정됐다. 이 결의는 강제 사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다. 독자들은 "권고에 지나지 않지만 교회의 대형화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제동 장치가 되어 줄 수 있고, 교단 차원에서 이것을 문제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선언적 의미에서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실행 대안을 모색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목회자 성적 비행을 막기 위한 예장통합의 예방 교육 의무화 결의(16%)는 3위를 차지했다. "목회자의 성적 비행은 교인들에게 정말 치명적이므로 교육이 꼭 필요하다", "교회 내 성범죄에 대해 쉬쉬하지 않고 교육을 통해 직면하겠다는 차원에서 첫발을 떼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설교 표절 근절 대책을 수립하기로 한 예장고신의 결의도 10.8% 지지를 얻었다. 독자들은 "설교를 도둑질하는 목사가 너무 많다", "목회자에게 설교는 신앙 양심이며 신학적 양심"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잘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응답이 12.4%나 나와, 교단 총회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교단 총회 불신 만연 |
독자들은 총회에 쓴소리를 쏟아 냈다. "총회에서 총회를 없애는 결의하라"는 독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독자들은 땅에 떨어진 목회자 신뢰도를 회복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제안했다. 다음은 독자들이 남긴 반응이다.
"가톨릭 교권주의를 지향하는 총회가 그들을 정죄하려 하는 것은 모순이다."
"교회식 사회주의와 스탈린주의를 볼 수 있었다."
"교단 밖으로 시선을 돌려 공격 대상을 찾는데, 그 시선을 안으로 돌려 내부의 부조리를 척결하고 합리적으로 성찰했으면 좋겠다."
"목자는 양을 먹이는 직분이지 다친 양을 교회에서 내쫓는 직분이 아니다."
"목회자들의 범죄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제발 범죄자는 몇 년 동안 목회 활동 하지 말자. 교인이라고 말하고 전도하기가 너무 힘들고 부끄럽다."
"우리 같은 가나안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 진지한 학술 보고가 있었으면 좋겠다."
"교단의 미래를 위해 젊은 사람을 좀 밀어 달라."
"나이 든 남자들만 모여 있는 게 제대로 된 대의제인가. 여성·장애인·소수자 이야기를 교회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이들을 총대로 뽑아 달라."
"총회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성비·연령·직분 등의 다양성을 반영한 총대 구성 방안을 연구하라."
"총대가 너무 많아 회의 진행이 어렵다. 적정 인원으로 축소해 달라. 또한 헌의안이나 결정 사항은 목사·장로들만 알고 일반 교인들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진정한 교회라면 모든 회무를 일반 교인에게도 공개해야 한다."
"애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여성의 3D(육아, 가사, 대리 효도) 및 경력 단절 문제, 여성을 희생시키는 결혼 제도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총회하라."
"이번 총회는 새로운 후퇴라기보다 기존의 생각들을 커밍아웃한 사건 같다."
"하나님이 보고 계시다고 해도 안 믿으실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 많은 신학생과 기독 청년들이 울고 있다. 정신 차려 달라."
"세상이 교회에 원하는 최소한으로 수준을 올려 주길 부탁한다."
"마술 같은 거 하지 말자는 이상한 결의하지 말고, 성범죄나 세습 같은 것 막기 위해 힘써 달라. 제발."
이번 조사는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으며, 응답자는 총 200명이다. 응답자 중 20대가 34.9%, 30대가 32.8%, 40대가 19.3%, 50대가 8.3%, 60대 이상이 4.7%였다. 응답자 성비는 남성 대 여성이 8:2였으며, 무응답도 6건 있었다.
교단별로 예장통합(37.8%)이 가장 많았으며, 예장합동(21.9%)이 뒤를 이었다. 두 교단의 응답자는 60%에 육박했다. 나머지 응답자의 소속 교단은 감리회(4.6%), 기장(4.1%), 성결교(4.2%) 등 순으로 나타났다. 교단이 없다거나 가나안 교인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 6.2%였다. 직분별로는 일반 교인 43.5%, 목사 20.9%, 집사 18.3%, 신학생 3.7%, 전도사·장로 3.1%로 나타났다.